뱀주인자리는 새로 추가된 게 아니라 원래 황도의 별자리다. 잡지식

오늘 어떤 기사 발 '황도12궁에 뱀주인자리가 추가되어 황도13궁이 되었다'라는 정보가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고대에서 지금까지의 오랜 시간으로 인해 무언가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아직 해당 기사의 원 출처를 자세히 읽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제대로 된 학자라면 저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뭔가 다른 방식으로 말을 했는데 그것을 국내 언론이 '대충' 받아 썼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저 말은 틀렸기 때문이다.

황도12궁이라는 것은 애초에 정해지기를,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자연히 태양은 천구를 한 바퀴 지나가게 되는데 그 태양이 지나가는 길을 황도라고 하며 황도 위에 놓인 12개의 별자리들이라고 하여 규정된 것이다. 즉 이 별자리들은 지구 공전면에 위치한 별자리들이다.
원래 별자리의 의미는 별들이 모여있는 것에서 형상을 떠올려 그 별을 기억하게 하는 일종의 자의적 표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은 지역과 시대마다 조금씩 변한다. 뚜렷한 형상이 없어도 일군의 별이 모여 있어 나름 인상을 주는 무리를 별자리라고 하기도 했고, 혹은 특정 별을 기억하고 그 별의 위치를 규정한 것을 별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이렇듯 별자리의 개념 자체가 정확하지 않았던 시절에 정해진 황도12궁이라, 이것은 당시의 점성술사들과 세간의 인식이 어느 정도 자의적으로 정했다고 본다. 황도에 놓여있는 별자리들은 비교적 뚜렷한 형상을 갖추었기 때문에 태양이 그 별자리에 한복판에 와 있다면 태양은 그 별자리에 놓여 있는 것이 명백하겠지만, 태양이 별자리와 별자리 사이와 같은 좀 애매한 곳에 위치해 있다면 이 때의 태양은 어느 별자리에 있는 것일까? 이런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 합의를 본 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황도12궁과 그 시기라고 생각된다.

오늘날 별자리의 공식적인 의미는, '천구의 영역'이다. 천구를 이제까지 전해 왔던 전통적인 별자리의 위치에 따라 천문학자들이 국경을 그리듯이 정확한 '영역'으로 구분지어 그 위치를 학술적인 목적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별자리다. 이렇듯 별자리의 영역이 명확하게 규정되었기 때문에, 태양의 위치를 의심할 나위 없이 정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에 와서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황도는 고대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여기서는 태양계와 상관없는 항성의 고유운동은 논외로 한다.)
고대와 지금이 달라진 것은 자전축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오랜 세월 동안 태양의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서서히 회전하기 때문에 북극성의 위치는 바뀌었다.-팽이가 조금씩 뒤뚱거리면서 도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이를 세차운동이라 한다.- 그러나 자전축은 공전면에 수직인 지점, 즉 황극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것이고, 지구의 공전면은 짧은 세월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몇만년 정도 사이의 세월 안에서는 불변하다고 볼 수 있다.
세차운동으로 인해 바뀌는 것은, 태양이 각 별자리를 지나가는 날이다. 기준을 두어 간결하게 얘기하면, 춘분점-춘분에 태양이 위치하는 천구상의 지점-이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몇월 며칠날에 태양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고대와 차이가 있다. 황도의 첫번째 별자리는 춘분점이 위치한 별자리로 규정된 것인데, 당초 양자리가 황도 제1궁이었으나 현재는 물고기자리에 춘분점이 위치해 있다.
(태양이 정확하게 정동-정서에서 뜨는 시기가 춘분,추분이므로 춘분점은 적도와 황도가 만나는 두 지점 중 하나다. 그런데 북극성의 위치가 바뀌면 적도의 위치도 바뀐다. 그래서 춘분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춘분점이 바뀌었기 때문에 각 별자리에 해당하는 시기는 애저녁에 바뀌었다. 그래서 엄밀하게 점성술이 현대 천문학의 정보와 일치하려면 대부분 자기 원래 별자리에서 하나 앞으로 땡겨야 맞다. 하긴 이번 기사로 인해 이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신 분도 꽤 많은 것 같다.

말하자면 고대에 황도가 12궁이었으면, 현대에도 황도는 12궁이어야 한다. 그런데 왜 바뀌었다는 걸까?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별자리의 의미가 '천구의 영역'을 정확하게 나누는 개념이 되었기 때문에, 현대에 규정된 경계선에 의하면 황도가 뱀주인자리의 영역을 통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고대에도 현대와 같은 별자리 경계선이 있었다면, 고대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황도가 통과하는 별자리는 13개라는 이야기이다.

황도는 뱀주인자리의 다리 부근을 통과하기 때문에 고대에도 뱀주인자리를 황도12궁에 넣고자 하는 발상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2라는 정돈된 숫자를 선호하는 관습이 있었을 것이고, 뱀주인자리와 전갈자리가 황도를 기준으로 그 위치가 거의 겹치기 때문에 이 둘을 따로 두면 황도12궁의 기간들 사이에 큰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어떤 기준에 의해 뱀주인자리 대신 전갈자리를 황도 제8궁으로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별자리가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시비도 적었으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오늘날의 기준에 따른다면 태양은 전갈자리보다 뱀주인자리를 통과하는 기간이 더 길다. 황도12궁을 오늘날 정하게 되었다면 또 다른 가능성이 생겼을 것이다.

즉,
고대와 비교해서 현대에 무언가가 바뀐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별들의 고유운동을 제외하면-천구상 별들의 본질적인 위치 이동이 아니라 세차운동으로 인한 지구 관측환경의 변화이며, 황도 그 자체는 가까운 시일-인간의 일생에 비하면 영원불멸의 시간이지만!-내에는 불변하다.
고대와 현대의 황도에 대한 차이는 태양이 각 별자리를 지나가는 시기의 변화로 인해 황도의 순서가 하나씩 앞으로 밀렸다는 것, 그리고 별자리의 의미가 정확히 규명됨으로써 공식적으로 황도가 뱀주인자리를 지나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기준대로라면 뱀주인자리는 원래부터 '황도13궁'에 속한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소싯적의 명서, '재미있는 별자리여행'에도 분명하게 소개되어 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폴라리스' 서버 '포말하우트'의 길드대표, 카나코가, 비록 별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어져서 지식이 많이 빈약해졌지만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여 근래에 포스팅하는 것을 귀찮아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찮음에 맞서 가면서 간신히 기록함.)

핑백

덧글

  • 淸嵐☆ 2011/01/17 19:07 # 답글

    어제 후배가 관련 글을 쓰기에 또 13궁 얘기가 부상하나 싶더라니 아예 기사가 떴었군요 ㅇㅁㅇ;
    후배가 링크한 건 네이버 블로그 글이어서 그냥 붐업에 올라간 건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OTL

    문득 천궁도를 그려본답시고 점성학을 공부하던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서 그립기도 'ㅂ';
  • 카나코 2011/01/17 20:48 #

    새삼스런 이야기도 아닌데, 해외 어떤 학자가 어떤 수단을 통해 이에 대해 기술한 걸 보고 국내 언론이 기사감이 없던 차에 이거다 했나봅니다 'ㅂ';;
    개인적으로 자신이 다소 아는 분야에 한해서는, 언론이 부정확한 지식 퍼뜨리고 다니는 것에 지나치게 발끈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ㅅ;

    점성술 저도 책으로 진지하게-물론 그 결과를 믿는다는 의미의 진지함은 아니고-연구해 본 적이 있는데 점성술 분야에서도 나름 이론이 갈리는 게 있나 보더군요. 예를 들면 토성 바깥의 행성들을 인정할 것인가 같은 문제로..
  • 불꽃영혼 2011/01/17 21:17 # 답글

    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 핑백? 해갈게요^^
  • 카나코 2011/01/18 11:19 #

    감사합니다. 저도 핑백하신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점성술을 다루시는 분들은 올바르게 인지하고 계시네요.
  • 카군 2011/01/17 22:31 # 답글

    만화 세인트 세이야가 생각나네요
  • 카나코 2011/01/18 11:21 #

    이런 쪽을 소재로 사용한 작품으로는 가장 먼저 생각날 작품이지요. :)
  • 언제한번 2011/01/18 14:31 # 답글

    길드 이름이 그냥 불쑥 나오지는 않았겠다 생각했지만, 별자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군요! ^^
  • 카나코 2011/01/18 17:53 #

    옛날 이야기지요.
    그래도 포말하우트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별입니다. :)
  • 2011/01/18 18:1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카나코 2011/01/18 18:19 #

    괜찮습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 Clow 2011/01/18 23:58 # 삭제 답글

    저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면서 뒤져 보니,
    세차 현상으로 날자가 바뀐것 + 관측이 선명치 않던 별자리가 작년 그 기간에 선명하게 관측되어 새로 추가하자...
    라는 주장이 나온것을 이미 추가된 사실인 마냥 기사가 난것 같더군요.

    비슷한 내용을 적은지라 트랙백 해갑니다/
  • 카나코 2011/01/19 00:45 #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그 심정에 깊이 공감합니다.
  • aa 2011/05/02 10:25 # 삭제 답글

    님아 글이 다 깨졌어유 글 내용 보고 싶어요 메일로 좀 주실래요?
  • 관광객 2017/11/19 15:40 # 삭제 답글

    출생점성술은 현재 태어난곳에서 바라본 위치입니다 즉 행성을 기준으로하는것이 아닌 태어난사람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는것이죠
    그래서 지구를 중심으로 해야합니다
  • ㅊ류 2017/11/19 15:55 # 삭제 답글

    자신이 태어난곳에서 바라본 하늘의 태양의 움직임이 뱀주인자리를 지나지않기때문입니다 황도가 13궁인게 과학적인 팩트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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