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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적(性的) 코드로 나의 관심을 끈 애니메이션이 두 가지가 있는데, 다름아닌 카노콘과 ToLoveる이다.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면서 마치 누가 더 야하게 만드는지시청자들로 하여금 비교하게 만드는 구도를 형성하였다. 두 작품 모두 XEBEC에서 제작하였다.
카노콘은 니시노 카츠미의 라이트노블이 원작이며 원제는 <彼女はこん,とかわいく咳をして>이다. "그녀는 콩,하고 귀엽게 기침을 하고"라는 뜻이다. 주인공이 여우 요괴인 것에서 유래한 듯하다.
ToLoveる는 야부키 켄타로의 코믹스가 원작이다. 국내에는 서울문화사에서 라이센스판이 <ToLove트러블>이라는 제목으로 발매중이다. ToLoveる라는 제목은 일본어로 '트러블'과 발음이 같다.
두 작품을 몇 가지 측면에서 비교해 보았다. 애니메이션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스토리
카노콘은 요염한 여우 요괴 미나모토 치즈루와 순진한 남고생 오오야마 코타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배경에는 많은 요괴들이 인간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게 뒤섞여 사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으며, 인간인 코타는 점점 요괴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엮여들어가게 된다.
이야기 내내 치즈루는 코타를 과격한 방법으로 유혹하고 코타는 어쩔 줄 몰라한다.
ToLoveる는 활달한 외계의 공주 라라 사타린 데빌루크와 밝지만 다소 어벙한 구석이 있는 남고생 유우키 리토, 청순한 여고생 사이렌지 하루나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외계에서의 방문자가 매우 빈번히 나타나고,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은 외계인이 지구인과 섞여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뚜렷하게 세 중심인물의 삼각관계가 발전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라라는 리토에게 거리낌없는 애정을 표현하고, 리토와 하루나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나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두 작품은 모두 커다란 스토리를 조금씩 전개하면서 작은 스토리가 그 화에서 일어났다가 마무리되는 가장 흔한 방식의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전개라는 측면에서는 ToLoveる가 약간 더 낫다는 생각이다. 카노콘의 경우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많은 데 비해, 등장시킨 복선들이나 등장인물들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 종영해버렸다. ToLoveる는 화들 사이의 이어짐이 약간 옅어, 해당되는 이야기는 완전히 마무리시키고 다음 화를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ToLoveる이 카노콘보다 훨씬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적인 묘사에 치중하는 카노콘에서는 이야기를 두 주인공의 애정 중심에서 쉽게 돌릴 수가 없지만, 성적인 묘사보다 개그에 치중하는 ToLoveる에서는 이야기가 극도로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도달해서 최고조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애정관계보다는 인물들이 빚어내는 사건 사고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
ToLoveる를 보면 생각나는 작품이 바로 다카하시 루미코의 우루세이 야츠라다. 캐릭터의 구도 측면에서 이 작품은 우루세이 야츠라의 그것을 상당히 참고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 초기를 봤을 때 라라-라무, 리토-아타루, 하루나-시노부를 대응시킬 수 있고(성격들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 외에도 끝없이 다채로운 외계인이 등장하여 스토리에 개입한다는 것도 두 작품의 비슷한 점이다. 또한 매 회의 이야기가 최고조의 무질서에까지 도달해서 마무리되는 점도 같다. 이런 스토리 구조는 개그 코믹으로서의 강점이라는 것을 우루세이 야츠라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그에 비해 카노콘은 확연하게 스토리의 힘이 떨어진다. 크게 흠잡을 것 없는 설정에 여러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성적인 묘사에 치중한 나머지 그에서 비껴가 있는 주변 캐릭터들이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따라서 다양한 상황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가혹하게 말하면. 애정행각을 빼면 그다지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치즈루와 코타의 사이가 큰 위기감 없이, 다르게 말하면 별다른 개연성이 없이 처음부터 정해진 것처럼 확고하게 흘러가는데, 성적인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이야기의 개연성을 포기한 듯한 느낌을 준다.
애정의 묘사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ToLoveる의 삼각관계가 발전하는 모습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차마 표현을 하지 못해 각자 속앓이만 하고 있던 리토와 하루나의 사이는 결국은 아무 일 없이 끝날 운명이었겠지만, 느닷없이 리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라라가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도 파문이 인다. 순수하고 활달한 라라의 존재로 인해 리토와 하루나 역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만한 환경이 점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세심한 전개는, 언제까지나 서비스는 서비스로만 끝나고 이야기를 침범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스토리, ToLoveる의 완승이다.
캐릭터
두 작품에는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캐릭터들에게서 느낀 점을 적어 본다.
-카노콘
미나모토 치즈루 : 하는 짓이나 언행,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에게서는 마호로매틱의 마호로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순수하리만치 진지한 것이 두 캐릭터의 공통점이다. 따라서 카와스미 아야코의 캐스팅은 만점자리 해답이었다는 생각이다.
지나치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캐릭터지만 그에 대해 그다지 반감이 들지 않고 오히려 꽤나 귀여워 보인다.
오오야마 코타 : 하렘물 혹은 확고한 히로인이 있는 작품에서 이런 어린 이미지의 소년 캐릭터는 흔하게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잘 알 수가 없다. 주시청층의 연령이 낮기 때문에 감정 이입을 노린 것일까? 아무튼, 튕기는 것도 한두번이지 사실 꽤 소질(?)이 있어 보이는데도 한사코 지나치게 거부하는 모습이 좀처럼 정이 가지 않는다.
에조모리 노조무 : 매우 싫어하는 캐릭터이다. 첫째로 가슴이 작은 캐릭터에게서 느껴지는 매력을 전혀 느낄 수가 없고, 둘째로 가슴이 지나치게 작다. 지지층이 있으니까 만든 캐릭터였겠지만 이것도 잘 이해는 가지 않는다. 카노콘의 스토리를 막장스럽게 만드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애정이 확고한 스토리에, 지지층 확보를 위해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그 외: 딴지거는 성실한 캐릭터, 놀리는 활달한 캐릭터, 얌전한 캐릭터, 열혈 캐릭터 등 나올 만한 타입은 전부 나왔는데, 작화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왠지 존재감이 없고, 애니에 항상 나오는 일반적인 타입 이상의 뭔가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ToLoveる
라라 사타린 데빌루크 : 히로인치고는 개성이 그리 강하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캐릭터의 모습도 너무 전형적으로 예쁘기만 하달까. 이 캐릭터는 역시 외양보다 행동이 매력이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각종 사고를 치는 모습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성격은 강하지 않지만 스토리를 알차게 만들어주는 캐릭터.
유우키 리토 : 여신님의 모리사토 케이이치 이후 가장 마음에 든 남자 주인공 캐릭터. 흔히 있는 성격인 여자에게 엄청나게 약한 성격 외에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데도 왠지 끌린다. 항상 밝아보이는 표정 때문인지, 아주 가끔씩 보여주는 정의롭고 상냥한 성격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여자에게 약한 녀석인데도, 라라의 온갖 구애를 받고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상당한 강단과 하루나에 대한 일편단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작자가 '소년 만화의 주인공이에게 남자들에게 사랑받을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납득이 간다.
사이렌지 하루나 : 라라보다 훨씬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이며 그 이유는 캐릭터 디자인이 상당히 크다. 하루나의 모습은 내가 본격적으로 접했던 최초의 일본 애니메이션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의 주인공인 미야자와 유키노와 많이 비슷하다. 미야자와 유키노는 엄청난 내숭이었지만 하루나의 경우 성격이 한결같이 청순하기 때문에 호감도가 더 증폭되었다. 라라에게 선수를 뺏겨버렸지만 라라에 대한 우정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나는 적극적인 하루나 지지파이며, 애니메이션이 다소 하루나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많이 반겼다.
렌/룬 엘시 쥬엘리아 : 이 캐릭터를 보고 떠오르는 캐릭터가 셋이 있다. 모두 다카하시 루미코의 캐릭터들로, 란마1/2의 사오토메 란마, 역시 란마1/2의 시라토리 아즈사, 그리고 우루세이 야츠라의 후지나미 류노스케이다. 렌이란 캐릭터는, 다소 무리한 캐릭터 설정으로 이 세 캐릭터들의 매력을 한 캐릭터에 합쳐놓은 느낌을 준다. 성실하고 진지한 성격에 남자다운 남자를 지향하지만 결코 그렇게 될 수가 없는 비극적인 렌과, 뺀질뺀질하고 이기적인 귀여움을 풍기는 룬의 대조가 묘하게 재미있다.
코테가와 유이 : 길고 검은 머리에 뾰로통한 얼굴, 깐깐한 성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의와는 다르게 항상 트러블에 휘말리는 캐릭터. 그리고 츤데레. 사실 이보다 더 전형적일 수 없다 싶은 캐릭터인데도 인기도 많고 본인도 좋아한다. 아마 이건 작화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보다 더 묘사가 잘 되어 있는 츤데레 캐릭터도 드문 것 같다.
금빛 어둠 : 원작자의 팬들에게는 굉장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 원작자의 전작 <블랙캣>에 등장했던 (거의) 동일한 캐릭터이다. 이 캐릭터도 인기는 많은데 역시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본인은 크게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로리 캐릭터보다는 괜찮아 보인다.
유우키 미캉 : 주인공 동생으로서는 이례적인 인기인 것 같다. 흔히들 묘사되는 여동생 캐릭터들처럼 귀여움을 어필하기보다는, (물론 귀엽기도 하지만) 상당히 야무지고 대범한 성격인 점이 참 마음에 든다. 특히 이 캐릭터는 오빠를 딱 그 나이대의 여동생이 할 법한 태도로 대한다.(본인이 여동생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무리가 없는 여동생 캐릭터라고 할까.
그 외 : ToLoveる에도 많은 캐릭터들이 여러 작품에서 항상 나오는 성격들을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타입들이지만, 하나하나의 매력이 카노콘에 비하면 훨씬 잘 드러나고 있다. 모미오카 리사와 사와다 리오는 그 이름이 묘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그 의미를 생각하면 행동들이 재미있다. 저스틴의 성우는 코야스 다케히토로, 얼빠진 꽃미남 역으로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논한 캐릭터의 수로 봤을 때에도 본인에게는 ToLoveる의 압승이다.
이것은 스토리가 더 건실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된다.
선정성
카노콘은 국내 팬들에게는 당연히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고, 현지에서도 아마 좀 그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성적 표현이 과감하다. 사실 스토리를 많이 포기하면서까지 치중한 선정성이 그 정도 강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그리고 나는 이 정도의 성적 묘사를 그다지 문제삼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카노콘을 감상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사우스파크를 초등학생인 사촌동생에게 보여준 사람으로서 (숙부님 죄송) 어떤 표현을 용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가능한 한 개인에게 위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점점 나이가 들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시각적인 즐거움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고 그래서 카노콘과 ToLoveる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사우스파크는 보여줘도, 카노콘은 사촌동생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카노콘은 서비스 애니의 틀을 깨버렸다. 가벼운 시각적 즐거움에서 완전히 벗어나 서비스를 다른 감각으로 이전시켰다. 혹자는 '작화가 굉장히 뛰어난 야애니'라고 하니..
ToLoveる야 그에 비하면 상당히 부담이 덜하다. 아니, 사실은 처음의 내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작품이었다. 오프닝만으로 보면 카노콘보다 과감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서비스를 서비스의 영역에 배치하고, 때로는 개그의 부수적 요소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 기대하지 못했던 즐거움도 얻게 되었으니, 참 적절한 선정성이었다고 하겠다.
선정성, 카노콘 완승!
총평하자면, 카노콘은 보기 위해 좋은 작품이고 ToLoveる는 즐기기 위해 좋은 작품이다.
*) 이 작품들은 하렘물로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렘물이란 캐릭터간의 구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선정성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ToLoveる의 경우 많은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렘물로 분류가 되는 경우가 많으나, 그렇게 따지면 란마1/2도 하렘물이어야 한다. 이 작품들은 캐릭터간의 애정 관계만큼은 처음부터 완전히 확정되어 흔들림이 없다.
카노콘은 니시노 카츠미의 라이트노블이 원작이며 원제는 <彼女はこん,とかわいく咳をして>이다. "그녀는 콩,하고 귀엽게 기침을 하고"라는 뜻이다. 주인공이 여우 요괴인 것에서 유래한 듯하다.
ToLoveる는 야부키 켄타로의 코믹스가 원작이다. 국내에는 서울문화사에서 라이센스판이 <ToLove트러블>이라는 제목으로 발매중이다. ToLoveる라는 제목은 일본어로 '트러블'과 발음이 같다.
두 작품을 몇 가지 측면에서 비교해 보았다. 애니메이션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스토리
카노콘은 요염한 여우 요괴 미나모토 치즈루와 순진한 남고생 오오야마 코타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배경에는 많은 요괴들이 인간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게 뒤섞여 사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으며, 인간인 코타는 점점 요괴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엮여들어가게 된다.
이야기 내내 치즈루는 코타를 과격한 방법으로 유혹하고 코타는 어쩔 줄 몰라한다.
ToLoveる는 활달한 외계의 공주 라라 사타린 데빌루크와 밝지만 다소 어벙한 구석이 있는 남고생 유우키 리토, 청순한 여고생 사이렌지 하루나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외계에서의 방문자가 매우 빈번히 나타나고,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은 외계인이 지구인과 섞여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뚜렷하게 세 중심인물의 삼각관계가 발전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라라는 리토에게 거리낌없는 애정을 표현하고, 리토와 하루나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나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두 작품은 모두 커다란 스토리를 조금씩 전개하면서 작은 스토리가 그 화에서 일어났다가 마무리되는 가장 흔한 방식의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전개라는 측면에서는 ToLoveる가 약간 더 낫다는 생각이다. 카노콘의 경우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많은 데 비해, 등장시킨 복선들이나 등장인물들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 종영해버렸다. ToLoveる는 화들 사이의 이어짐이 약간 옅어, 해당되는 이야기는 완전히 마무리시키고 다음 화를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ToLoveる이 카노콘보다 훨씬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적인 묘사에 치중하는 카노콘에서는 이야기를 두 주인공의 애정 중심에서 쉽게 돌릴 수가 없지만, 성적인 묘사보다 개그에 치중하는 ToLoveる에서는 이야기가 극도로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도달해서 최고조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애정관계보다는 인물들이 빚어내는 사건 사고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
ToLoveる를 보면 생각나는 작품이 바로 다카하시 루미코의 우루세이 야츠라다. 캐릭터의 구도 측면에서 이 작품은 우루세이 야츠라의 그것을 상당히 참고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 초기를 봤을 때 라라-라무, 리토-아타루, 하루나-시노부를 대응시킬 수 있고(성격들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 외에도 끝없이 다채로운 외계인이 등장하여 스토리에 개입한다는 것도 두 작품의 비슷한 점이다. 또한 매 회의 이야기가 최고조의 무질서에까지 도달해서 마무리되는 점도 같다. 이런 스토리 구조는 개그 코믹으로서의 강점이라는 것을 우루세이 야츠라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그에 비해 카노콘은 확연하게 스토리의 힘이 떨어진다. 크게 흠잡을 것 없는 설정에 여러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성적인 묘사에 치중한 나머지 그에서 비껴가 있는 주변 캐릭터들이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따라서 다양한 상황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가혹하게 말하면. 애정행각을 빼면 그다지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치즈루와 코타의 사이가 큰 위기감 없이, 다르게 말하면 별다른 개연성이 없이 처음부터 정해진 것처럼 확고하게 흘러가는데, 성적인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이야기의 개연성을 포기한 듯한 느낌을 준다.
애정의 묘사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ToLoveる의 삼각관계가 발전하는 모습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차마 표현을 하지 못해 각자 속앓이만 하고 있던 리토와 하루나의 사이는 결국은 아무 일 없이 끝날 운명이었겠지만, 느닷없이 리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라라가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도 파문이 인다. 순수하고 활달한 라라의 존재로 인해 리토와 하루나 역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만한 환경이 점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세심한 전개는, 언제까지나 서비스는 서비스로만 끝나고 이야기를 침범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스토리, ToLoveる의 완승이다.
캐릭터
두 작품에는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캐릭터들에게서 느낀 점을 적어 본다.
-카노콘
미나모토 치즈루 : 하는 짓이나 언행,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에게서는 마호로매틱의 마호로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순수하리만치 진지한 것이 두 캐릭터의 공통점이다. 따라서 카와스미 아야코의 캐스팅은 만점자리 해답이었다는 생각이다.
지나치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캐릭터지만 그에 대해 그다지 반감이 들지 않고 오히려 꽤나 귀여워 보인다.
오오야마 코타 : 하렘물 혹은 확고한 히로인이 있는 작품에서 이런 어린 이미지의 소년 캐릭터는 흔하게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잘 알 수가 없다. 주시청층의 연령이 낮기 때문에 감정 이입을 노린 것일까? 아무튼, 튕기는 것도 한두번이지 사실 꽤 소질(?)이 있어 보이는데도 한사코 지나치게 거부하는 모습이 좀처럼 정이 가지 않는다.
에조모리 노조무 : 매우 싫어하는 캐릭터이다. 첫째로 가슴이 작은 캐릭터에게서 느껴지는 매력을 전혀 느낄 수가 없고, 둘째로 가슴이 지나치게 작다. 지지층이 있으니까 만든 캐릭터였겠지만 이것도 잘 이해는 가지 않는다. 카노콘의 스토리를 막장스럽게 만드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애정이 확고한 스토리에, 지지층 확보를 위해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그 외: 딴지거는 성실한 캐릭터, 놀리는 활달한 캐릭터, 얌전한 캐릭터, 열혈 캐릭터 등 나올 만한 타입은 전부 나왔는데, 작화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지 왠지 존재감이 없고, 애니에 항상 나오는 일반적인 타입 이상의 뭔가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ToLoveる
라라 사타린 데빌루크 : 히로인치고는 개성이 그리 강하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캐릭터의 모습도 너무 전형적으로 예쁘기만 하달까. 이 캐릭터는 역시 외양보다 행동이 매력이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각종 사고를 치는 모습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성격은 강하지 않지만 스토리를 알차게 만들어주는 캐릭터.
유우키 리토 : 여신님의 모리사토 케이이치 이후 가장 마음에 든 남자 주인공 캐릭터. 흔히 있는 성격인 여자에게 엄청나게 약한 성격 외에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데도 왠지 끌린다. 항상 밝아보이는 표정 때문인지, 아주 가끔씩 보여주는 정의롭고 상냥한 성격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여자에게 약한 녀석인데도, 라라의 온갖 구애를 받고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상당한 강단과 하루나에 대한 일편단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작자가 '소년 만화의 주인공이에게 남자들에게 사랑받을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납득이 간다.
사이렌지 하루나 : 라라보다 훨씬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이며 그 이유는 캐릭터 디자인이 상당히 크다. 하루나의 모습은 내가 본격적으로 접했던 최초의 일본 애니메이션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의 주인공인 미야자와 유키노와 많이 비슷하다. 미야자와 유키노는 엄청난 내숭이었지만 하루나의 경우 성격이 한결같이 청순하기 때문에 호감도가 더 증폭되었다. 라라에게 선수를 뺏겨버렸지만 라라에 대한 우정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나는 적극적인 하루나 지지파이며, 애니메이션이 다소 하루나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많이 반겼다.
렌/룬 엘시 쥬엘리아 : 이 캐릭터를 보고 떠오르는 캐릭터가 셋이 있다. 모두 다카하시 루미코의 캐릭터들로, 란마1/2의 사오토메 란마, 역시 란마1/2의 시라토리 아즈사, 그리고 우루세이 야츠라의 후지나미 류노스케이다. 렌이란 캐릭터는, 다소 무리한 캐릭터 설정으로 이 세 캐릭터들의 매력을 한 캐릭터에 합쳐놓은 느낌을 준다. 성실하고 진지한 성격에 남자다운 남자를 지향하지만 결코 그렇게 될 수가 없는 비극적인 렌과, 뺀질뺀질하고 이기적인 귀여움을 풍기는 룬의 대조가 묘하게 재미있다.
코테가와 유이 : 길고 검은 머리에 뾰로통한 얼굴, 깐깐한 성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의와는 다르게 항상 트러블에 휘말리는 캐릭터. 그리고 츤데레. 사실 이보다 더 전형적일 수 없다 싶은 캐릭터인데도 인기도 많고 본인도 좋아한다. 아마 이건 작화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보다 더 묘사가 잘 되어 있는 츤데레 캐릭터도 드문 것 같다.
금빛 어둠 : 원작자의 팬들에게는 굉장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 원작자의 전작 <블랙캣>에 등장했던 (거의) 동일한 캐릭터이다. 이 캐릭터도 인기는 많은데 역시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본인은 크게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로리 캐릭터보다는 괜찮아 보인다.
유우키 미캉 : 주인공 동생으로서는 이례적인 인기인 것 같다. 흔히들 묘사되는 여동생 캐릭터들처럼 귀여움을 어필하기보다는, (물론 귀엽기도 하지만) 상당히 야무지고 대범한 성격인 점이 참 마음에 든다. 특히 이 캐릭터는 오빠를 딱 그 나이대의 여동생이 할 법한 태도로 대한다.(본인이 여동생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무리가 없는 여동생 캐릭터라고 할까.
그 외 : ToLoveる에도 많은 캐릭터들이 여러 작품에서 항상 나오는 성격들을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타입들이지만, 하나하나의 매력이 카노콘에 비하면 훨씬 잘 드러나고 있다. 모미오카 리사와 사와다 리오는 그 이름이 묘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그 의미를 생각하면 행동들이 재미있다. 저스틴의 성우는 코야스 다케히토로, 얼빠진 꽃미남 역으로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논한 캐릭터의 수로 봤을 때에도 본인에게는 ToLoveる의 압승이다.
이것은 스토리가 더 건실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된다.
선정성
카노콘은 국내 팬들에게는 당연히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고, 현지에서도 아마 좀 그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성적 표현이 과감하다. 사실 스토리를 많이 포기하면서까지 치중한 선정성이 그 정도 강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그리고 나는 이 정도의 성적 묘사를 그다지 문제삼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카노콘을 감상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사우스파크를 초등학생인 사촌동생에게 보여준 사람으로서 (숙부님 죄송) 어떤 표현을 용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가능한 한 개인에게 위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점점 나이가 들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시각적인 즐거움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고 그래서 카노콘과 ToLoveる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사우스파크는 보여줘도, 카노콘은 사촌동생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카노콘은 서비스 애니의 틀을 깨버렸다. 가벼운 시각적 즐거움에서 완전히 벗어나 서비스를 다른 감각으로 이전시켰다. 혹자는 '작화가 굉장히 뛰어난 야애니'라고 하니..
ToLoveる야 그에 비하면 상당히 부담이 덜하다. 아니, 사실은 처음의 내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작품이었다. 오프닝만으로 보면 카노콘보다 과감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서비스를 서비스의 영역에 배치하고, 때로는 개그의 부수적 요소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 기대하지 못했던 즐거움도 얻게 되었으니, 참 적절한 선정성이었다고 하겠다.
선정성, 카노콘 완승!
총평하자면, 카노콘은 보기 위해 좋은 작품이고 ToLoveる는 즐기기 위해 좋은 작품이다.
*) 이 작품들은 하렘물로 분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렘물이란 캐릭터간의 구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선정성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ToLoveる의 경우 많은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렘물로 분류가 되는 경우가 많으나, 그렇게 따지면 란마1/2도 하렘물이어야 한다. 이 작품들은 캐릭터간의 애정 관계만큼은 처음부터 완전히 확정되어 흔들림이 없다.
# by | 2008/09/30 21:53 | └방송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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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판단할 문제, 라는 것 자체에는 매우 동의하지만 미성년자는 성숙한 개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대신 책임도 적죠)
그외에는, 애니는 문외한이라... 아, 러브히나 정도는 보았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한 작품에 대해서라면.. 카노콘은 미성년자에게 권장할 수 없고요.
ToLoveる는 중학생 정도면 괜찮다고 봅니다.
사실 한국이 너무 보수적인게 더 사실이죠. 사실 란마나 시끌별 녀석들만 해도 한국에서는 '야해!' 애들 보여주면 안돼!
하고 야단 날 것들이니까요... 뒷구멍으로는 호박씨 까는데 뭘=;;=
란마1/2를 음란물이라며 태클건 건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