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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헌재, 앞통수를 치다.

헌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뻔히 예상했던 결과였으니까.

권한쟁의가 진행되는 동안 헌재가 청구된 법안들을 무효화시킬 가능성이 유효화시킬 가능성보다 높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2시~2시 반 사이의 적법성 판정이 내려지고 있을 때 빼고는 말이다.
다만 문제는 과연 어떤 논리로 이 법들을 유효화시킬 것인가.. 단지 그것만이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였다. 이미 '관습헌법'이라는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 헌재였기에, 이번에도 재기발랄(?)한 논리를 보여줄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고 말한 한 네티즌의 평범한 촌평, 과연 그 말대로였다!

법안을 통과시킨 절차는 대부분 위법, 그러나 법안은 유효!

몇 년 사이에 발전했구나, 헌재.
'관습헌법'의 '억지논리'를 뛰어넘어 이런 '무논리'라니!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고, 나는 또다시 자신의 부족한 창의성에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효는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했다. 단지 그 절차에 어떻게 '적법성'을 부여하느냐, 그 논리가 궁금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절차에 중대한 문제가 없었음을 어떻게든 증명해야지 그 법안을 유효화시킬 근거가 마련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런데 그 증명을 포기하고, 유사 이래 두번 없을 무논리의 논리를 개발한 것이었다!

사실, 내가 알기로 법안 절차가 모든 부분이 합법적이지 않아도 법안을 유효화시킬 수는 있다.
1. 법안이 이미 안정된 시행 (준비) 단계에 들어갔고,
2. 절차에 다소간의 문제가 있어도 문제가 있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아 참착할 수 있을 때
법안을 유효화시키는 것이 가능은 하다.

그런데, 1,2, 어느 것도 제대로 충족된 것이 없다. 방송법, 미디어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공감 못하고 있고, 헌법학자들의 대다수가 그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헌재 스스로 증명을 포기하고 인정했듯이 도무지 성한 절차가 하나도 없다-법안의 적법성을 좌우한다고 할 만한 '일사부재의 원칙'조차도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절차다.

그런데 법안이 유효하다?
에라이 개새끼들아.


헌재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노릇이었나 보지만, 차라리 억지^억지 논리라도 개발해서 절차 자체에 적법성을 부여하는 쪽이 더 나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크게 격앙되는 일이 없이 'ㅉㅉ 결국 그지랄이구만' 이 정도의 냉소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절차를 위법이라고 판정하고 있었을 때-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유효'를 상상할 수 없었던 유일한 시간-그 시간동안의 '어쩌면' 싶던 희망고문이 새삼 이 얼척없는 판정에 대한 분노를 크게 증폭시켰다.

헌재는 단지 나를 격동시켰을 뿐, 객관적인 상황 자체가 그 격동의 원인에 의해 불리해진 것은 아니다.


어제 재보선이 있었다. 결과는 여당의 참패, 야당의 압승.
언론사들 제목들이 종종 '역대 재보선은 항상 여당이 불리했던 전통' 운운하며 여당의 처지를 변호하는데, 개소리다.
역대 재보선은 '여당'이 불리했던 것이 아니라 '민주당 및 상대적 진보계열 정치세력'에게 불리했다. 혹은 '한나라당'에 유리했다.
그리고 그간 한나라당이 야당이었기 때문에 저런 단세포적인 등식이 나온 것이다.
단순히, 그것은 재보선의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
4월 재보선,
10월 재보선,

모두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서는 엄청나게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그래서 간혹 '민주당이 불리'한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던 선거들이다. 그러나 모두 한나라당과 그 똘마니들은 참패했다.

미디어법 통과 때문에 언론이 장악되어 앞으로는 올바른 판단이 어렵지 않겠느냐?

글쎄, 그러면 그동안은 명박이가 놀고 있었나?
KBS, SBS는 병신이 됐고, MBC도 비실비실하다. 요새 텔레비전에서 입바른 소리란 전혀 들을 수 없다.
명박이도 벌써 2년 가까이 됐다. 국민을 세뇌할 시간이 전혀 없었던 건가?

하지만, 그래도 이 모양이다. 그 쥐새끼들이 철저하게 자기들 소리들만 떠들어도 넘어가지 않는다.
온갖 거짓 여론 조사로 현혹시켜도, 과거 같았으면 도무지 기대할 수 없었던 낮은 투표율 속에서도 드러난 민심은 철저하게 명박이를 외면하고 있다.

분노는 일시적으로 체념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힘을 준다. 분노하게 만든 것에 대항할 힘을.
그 힘은 차곡차곡 밑바닥부터 쌓이고 있다.

헌재는 그것에 마른 장작 하나를 더 올려준 것이다.
그것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앞통수'를 침으로써 그 효과도 극명하다.

이 자충수, 고맙게 받아들여야겠지.
상황은 크게 변할 것도 없는데, 짜게 식을 수도 있었던 이 분노에 불을 붙여주었으니.

이 개새끼들. 다 죽었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중앙일보, 넌 이제 영영 끝이다.
또한 나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 한 나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다.


ps 뜻밖에도 이오에 갔네요. 이 글의 논리는 헌재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라 황송합니다.
사적인 표현 블라인드 처리하고, 이오에 있는 노정태님의 포스팅을 참조 바라겠습니다.
위법 투성이인 절차를 지닌 법안 하나 무효화시키지 못한다면,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http://basil83.egloos.com/5108569

by 카나코 | 2009/10/29 20:22 | └정치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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